검찰은 공정위의 고발이 없는 상태에서 선제적으로 수사에 뛰어들었다. 조만간 수사 결과를 토대로 공정위에 고발 요청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는 전속고발권을 가진 공정위가 고발해야 검찰이 수사와 기소 여부를 결정할 수 있지만, 검찰총장이 고발요청권을 행사할 경우엔 좀 더 능동적인 수사가 가능해진다. 고발 요청이 들어오면 공정위가 의무적으로 응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서다. 검찰총장 외에도 감사원장, 조달청장,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고발요청권을 가지고 있다.
검찰은 한국타이어그룹 수사에도 고발요청권 행사를 적극 활용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계열사 MKT(한국프리시전웍스)의 타이어 몰드(타이어의 패턴·디자인·로고 등을 구현하는 틀)를 다른 제조업체보다 비싸게 사준 혐의로 한국타이어 법인만 검찰에 고발했는데, 검찰이 지난 1월 조현범 한국타이어그룹 회장을 고발해달라고 공정위에 요청하면서 수사영역이 대폭 넓어졌다. 검찰은 지난달 27일 공정거래법 위반 및 2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 등을 적용해 조 회장(구속)과 임직원 두 명, 한국타이어 법인을 재판에 넘겼다.
이틀 후인 29일엔 한국타이어가 극동유화의 계열사인 우암건설에 발주 공사를 몰아주고 뒷돈을 챙겼다는 의혹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우암건설 본사와 계열사를 압수수색했다.
KT도 공정거래조사부의 수사선상에 올라있다. 검찰은 한 시민단체가 “구현모 전 KT 대표가 계열사인 KT텔레캅의 일감을 시설관리업체인 KDFS에 몰아주고, 이사회 장악을 위해 사외이사들에게 향응을 제공했다”고 고발한 사건을 지난달 초 공정거래조사부에 배당했다. 수사팀은 지난달 말 KT 법무실 임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하는 등 진상 파악에 시동을 건 상태다.
공정거래조사부가 고발요청권 행사 등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수사 범위를 넓히면서 기업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한 대형로펌 공정거래 담 당 변호사는 “지난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 시행으로 경제범죄가 부패범죄와 함께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중요 범죄가 되면서 더더욱 공정거래조사부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라며 “적잖은 기업이 로펌에 컴플라언스 교육을 요청하는 등 사법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성/권용훈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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